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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가 쓴 김운경의 <황금사과>에 관한 칼럼
 kritika  | 2006·03·09 22:21 | HIT : 2,138 | VOTE : 535 |
조선희가 쓴 김운경의 <황금사과>에 관한 칼럼

작 성 자  오길영 (ogyjoyce@empal.com)  

홈페이지  http://bloom.pe.kr (Visit : 0)


    
조선희가 쓴 김운경의 <황금사과>에 관한 칼럼입니다. 신두원선생님의 글 준비에 도움이 될까싶어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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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황금사과, 비포 앤 애프터

  ▲ 조선희 소설가

  

원래 군인장교였다가 매형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끌어주는 바람에 중앙정보부 과장까지 된 자가 있었다. 60~70년대의 일인데, 국회의원 사모님인 그의 누나는 “뒷돈 들어오는 걸로 생활하고 월급은 착착 저축하도록 해”라고 조언하고, 덕분에 이 중앙정보부 과장은 오래지 않아 대저택에 살게 된다. 하지만 10·26 이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중앙정보부장이 범법자가 되자, 한때 딸의 연애사업을 방해하려고 남자친구를 감옥에 잡아넣던 이 실력자 역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돼버린다.

그의 부하들도 비슷한 신세인데, 이들은 고문과 간첩조작을 떡먹듯 하는 냉혈한들이지만, 저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고 의리 하나는 끝내준다. 취직자리를 알아봐주고 청와대로 어디로 다리를 놔주며 ‘아이롱’ 장사가 된 후배를 회사로 불러들여 여직원들에게 팔아주기도 한다. 한국방송 수목드라마 <황금사과>에 나오는 이야기다.

<택시드라이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등을 만든 감독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들을 한 평론가는 “인류학 보고서”라고 표현했다. 권투선수가 나오건 깡패가 나오건 그의 영화들이 일관되게 어떤 관찰과 재현의 엄정함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스코시즈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일하면서도 그러한 사실성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은 채 스필버그와 카메론의 시대를 통과하며 살아남았다.

<황금사과> 작가 김운경의 드라마들도 ‘인류학 보고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하지만 이 인류학 보고서를 우리가 언제까지 받아볼 수 있을는지, 알 수 없다. 우리 공중파 TV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보다 더 깐깐해 보인다. 메이저라 할 만한 두세개 영화사를 빼고는 대개 독립군들이고 게릴라들이어서 다양한 개성들이 난립할 수 있는 충무로 영화판과 비교해도 역시 그렇다.

김운경 스타일이 시청자 입맛에 적중했던 시절도 있었다. 90년대 초중반 <서울뚝배기> <서울의 달> <옥이이모>는 30~50%대의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2000년에 <도둑의 딸>은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했다. 그리고 2003년 <죽도록 사랑해> 이후 그는 2년 동안 쉬었다. 이제 종반에 접어든 <황금사과>는 재미있게 잘 쓴 드라마라는 게 정평이고 시청률은 15% 전후, 결코 나쁘지 않다.

<황금사과>를 보면 작가가 드라마 전선에서 전사하지 않기 위해 타협한 지점이 확연히 보인다. <황금사과>에는 재벌회장도 나오고 국회의원도 나온다. 과거 그의 드라마엔 없던 인물들이다. 또한 가난한 청년이 일약 재벌회장의 사위 겸 후계자로 발탁되는 신데렐라맨 스토리도 있고 얽히고 설킨 ‘출생의 비밀’ 코드도 들어 있다.

전형적인 시청자 회유용 장치다. 또한 이야기 전개가 빠르다. 그 속도감이 시청률에는 보탬이 됐겠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운경만의 특장인 인간군상들에 관한 디테일이 끼어들 틈은 줄었다. <옥이이모> 때, 어느 날은 ‘샘’의 구라에 거의 한 시간 동안 넋을 놓기도 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작가는 김운경뿐인데, <황금사과>는 여담과 농담을 하기엔 갈 길이 너무 바쁘다. 작가가 50회 분량으로 구상했는데 방송사 사정으로 30회짜리 단축코스가 됐다니 그럴 만도 하다.

사극 또는 멜로의 틀 안에서 아이디어 경쟁을 하는 지금의 방송드라마들 숲에서 김운경의 존재는 이채롭다. 하지만 그 특유의 유머와 사실성과 서사성이 조금씩 거세되는 느낌이 들 때 우울해진다. 한국방송은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등 여러 가지 공익성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공영방송의 명분과 위상에 걸맞은 그런 편성방침에서 드라마는 예외인가. 우리 대중은 김운경 같은 작가 하나쯤 가질 자격이 없단 말인가.

조선희/소설가

기사등록 : 2006-02-05 오후 06: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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