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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드 맥스에 대하여, 몇 가지 단상들.
 smex36  | 2015·06·28 06:17 | HIT : 307 | VOTE : 39 |
매드 맥스, '병맛' 웹툰의 실사화.
매드 맥스에 대한 이런저런 진지한 평들을 읽다가, 내가 이상한가, 아니 왜 농담을 다큐로 만들지, 싶었다. 매드 맥스는 일종의 농담이다. '성공한 b 뮤비 감독의 농담'. 다르게 말할 수도 있겠다. '성공한 병맛의 블륵 버스터 병맛'.
미국에서 매드 맥스가 어떻게 수용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수용의 맥락은 이를테면 '병맛' 웹툰의 연장일 듯도 싶다. 가령 이말년이나 귀귀, 랑또 같은 '병맛' 웹툰들(개인적인 주장이지만 '하이 병맛'도 있다. <에이스 오브 하이>(다음), 같은).
'병맛'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를테면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기승전병' 같은 것이다. 기승전까지 일종의 나름 깔끔한 시학에 기대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말도 안돼는 결로 귀결되는 플롯 같은 것이다. 그림체가 '발로 그린' 그림체면 효과는 더 두드러진다.
사실, 나는 이 '병맛'을 이해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이말년 만화를 보면서 키득거리는 아들에게, 아들아, 대체 이게 뭐가 우습니,라는 질문도 여러 번 했다.
요즘은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매드 맥스는 이를테면 '블록 버스터 B 무비'다. B 무비란 무엇인가. 여러 정의가 있겠다만 영화관이 아니라 비디오 대여로 인기를 끄는 영화다. 영화관에서 볼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비디오로는 볼 만한 영화, 대략 이런?
가령, 한 장면. 악당이 주인공들을 뒤쫓는다. 다양한 차들, 다양한 오토바이들. 그 순간, 앰프와 스피커로 가득한 트럭(?) 뒤에서 록 음악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의 기타에서 불꽃이 쏟아진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느껴야할 것은? 일단은 웃어야 한다.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병맛'이다. 뭔가 과잉되어 있고, 뭔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그럴 듯 하다.
<매드 맥스>는 내가 알기로는 폭주족들을 치료하던 한 의사의 B 뮤비로 시작된 시리즈이다. 아직 인기를 얻기전 멜 깁슨을 캐스팅했고, 의외의 성공에 힘입어 시리즈가 나올 수 있었던. 폭주족과 '병맛' 이것도 의외로 제법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앞으로의 고찰은 앞으로 미루어두고,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아마 이런 식이 될 듯 하다.
1. 한국의 웹툰은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그중 한 모드가, 이말년, 귀귀, 랑또(그리고 <에이스 오브 하이>)의 '병맛' 만화.
2. '기승전병'의 플롯 구성에서, '결=병'이 '짤방'으로 고착되어 온갖 커뮤니티를 넘나든다.
3. '병맛' 웹툰의 세계관은 뭘까? 이 또한 복잡하지만, 그 중 하나는 '우리 모두는 병신이다'일 듯하다. 처음에는 허구 속에서의 유희. 요컨대 허구로 만들어진 병신 짓을 재미있게 웃는다. 처음에는 우리 병신들끼리 놀아요, 이런 식. 그렇게 '병맛'은 일종의 매니악한 장르가 되어가고 있었다.
4. 그런데, 아뿔싸, 세상이 병신이 되어 버렸다. 자 이제, 내가 병신인 것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 그러니 제대로 병신 짓을 해보자. '우리 모두는 병신이니, 세상도 병신이니, 내가 병신 짓을 한다고 해서, 무슨 해가 있으랴.'
5. 굳이 역설적으로 말을 해보자면, <매드 맥스>는 단 1그램의 진정성도 없어서 진정할 수도 있다. 요컨대 병신짓에 대한 loyalty? 여성주의? 생태주의? 그런 거, 다 싸그리 가지고 노는 거. 종말론? 멸망 이후? 웃기고 있네.
6. '병맛'의 미학적 범주에 비교적 근접하는 것이 아마 키치일 것이다. 키치와 '병맛'의 차이는 키치가 끊임없이 고급 예술을 의식한다면, '병맛'은 고급 예술? '조까라 마이싱' 뭐, 이런 식일 듯도. 우리 모두가 병신인데, 고급 예술 웃기고 있네, 이런 거.
7. 문제는 '우리 모두가 병신이다'라는 이 세계관을 분석해 봐야 할 듯도 싶다. '만국의 병신들이여 단결하라', 아직 여기까지는 아닌 듯 싶다. '우리만 병신이다', '우리 모두 병신이다', 이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듯도 싶다.
8. <매드 맥스>의 한국에서의 대중적 성공(?)은 아마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웹툰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었던 '병맛 웹툰'의 세계 감각이 몇몇 덕후들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될 듯하다. 그들의 '병신 커뮤니티'가 오늘 날 '병신 국가'가 되어버렸다.
9. 그래서 어쩌라고? '만국의 병신들이여 단결하라?' 아니면, '자 이제 병신짓은 그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가능할 듯도 싶다.
한 줄 요약: 매드 맥스에 대한 진지한 감상평들도, '나라는 병신'의 입장에서는 오직 '병맛'으로만 유효하다. 아니 대체 왜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이시는지들. 아니면, 그들은 이미 '병맛'의 즐거움을 알고, 진지한 감상평으로 '병맛'을 미메시스하는 것일까?
p.s. 약간은 학술적으로 문제설정을 해보자면, 70년대의 <병신과 머저리>의 병신과 2010년대 '병신'은 어떻게 다를까? 후자가 확실히 (천재적으로) 가볍고, 발랄하다. 나같은 꼰대의 관점에서 황지우 식으로 말을 해보자면, '나는 날라리[병신]가 무섭다. 그들은 날 것을 먹는다.' '날 것을 먹는다'를 그들은 이 세계가 병신인 것을 알고, 즐긴다,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
다른 한 편으로 좀 적당히 하면 안될까, 싶기도 하다. 가령 이 세계가 매드 맥스의 세계처럼 병신이라면, 이 병신들을 어떻게든 본래의 자리로 돌려놔야 하지 않나? 이런 것. 아마도 꼰대의 세계관일 듯도 싶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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