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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의 운명
 bloom    | 2015·03·13 01:31 | HIT : 266 | VOTE : 30 |
문학이 철학이나 미학과 구분되는 점 하나. 문학도 세계과 현실과 이데올로기와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그리고 삶을 얘기한다. 하지만 문학은 그 모든 걸 철저히 개별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강하게 표현해 작가와 시인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관점은 그만의 것이다. 외부의 그 어떤 것도, 어떤 이데올로기도, 세계관도 그들을 규정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의 영향을 물론 작가나 시인도 받는다. 하지만 뛰어난 작가는 그런 외부적인 것들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무엇,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켜려고 노력한다. 그런 개별성이 없는 작가, 자기만의 고유성이 없는 작가, 외부에서 주어진 목소리들을 대신 전해주는데 만족하는 작가나 시인이 문학사에서 살아남는 법은 없다. 소위 사회주의 리얼리즘, 혁명적 낭만주의 따위의 문학이념들이 모두 실패한 이유다. 이들은 작가나 시인의 그런 고유성과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았다. 작가를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세계관의 틀안에 가두려는 시도는 결국 문학을 죽인다. 그 이념이 좌냐 우냐는 상관없다. 그런 점에서 조이스가 그랬듯이, 모든 위대한 작가나 시인은 본질적으로 정신적 무정부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문학사는 수많은 개별성과 고유성들의 별자리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다. 자기만의 별빛을 지니지 못한 작가는 그 별자리에서 차지할 자리가 없다. 그 별빛이 어떤 색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만의 목소리를 생성하는게 중요하다. 작가의 창조성, 혹은 작가의 고유성은 이런 의미다.   이동진/이다혜가 진행하는 책팟캐스트인 '이동진의 빨깐 책방'의 백석평전편을 들으면 든 생각이다. 말년의 백석 시에 드러나는 비애의 정조를 나는 이런 시인의 창조성과 고유성을 지키려고 했던 태도의 결과라고 이해한다. 그런 백석시들의 낭송을 들으면서 새삼 마음이 찡해진다. 모든 좋은 시가 그렇지만, 백석의 시도 낭송을 할 때 그 뛰어남이 느껴진다.

참고로 나는 뒤늦게 이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는데, 좋다. 특히 진행자인 이동진의 섬세한 진행, 겸손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유머가 있으면서도 날카로움이 있는 진행이 좋다. 백석평전(안도현 지음)을 다룬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한국현대사가 얼마나 미친 시대였는지를 실감한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 광기의 시대에 스러져간 백석 같은 작가와 시인들의 운명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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